교통사고가 났을 때 잘 찌그러지는 차가 더 안전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확한 원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준비했다. 잘 찌그러지는 차가 더 안전한 이유. '크럼플 존(crumple zone)'의 원리에 대해 알아보자.

 

일반적인 세단의 전면부에는 엔진룸이, 후면부에는 트렁크가 위치한다. 엔진룸과 트렁크가 존재하는 본연의 이유는 엔진 등 주요 부품을 장착하거나 물건을 싣기 위함이지만 교통 사고 시에는 충격을 완화하는 완충재 역할도 한다.

 

이처럼 안전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엔진룸과 트렁크를 크럼플 존이라고 부른다. 이름에 사용된 크럼플(crumple)이라는 영단어가 '구겨지다'라는 의미인 것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이 이 구역은 교통 사고시 잘 찌그러져야 한다.

 

크럼플 존이 잘 찌그러져야 더 안전한 이유는 물리 원칙 하나만 알면 쉽게 이해가 된다. '충격량=운동량의 변화량'이라는 공식이다.

 

운동량은 물체의 무게(m)와 속도(v)에 의해 정해진다. 무거울수록, 그리고 속도가 빠를수록 운동량도 크다는 의미다.

 

'운동량=무게 x 속도'

 

그리고 운동하던 물체의 속도가 가파르게 줄면 운동량의 변화량은 커진다. 이를 앞서 살펴본 공식에 대입해 보면 속도의 변화가 클수록 결국 충격량도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충격량은 물체에 전달되는 충격, 다시 말해 힘(F)과 힘이 전달되는 시간(t)에 따라 결정된다.

 

'충격량=충격 x 시간'

 

운동량의 변화량(충격량)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경우 실제로 가해지는 충격(힘, F)을 줄이는 방법은 충격이 전달되는 시간(t)을 늘리는 것이다. 크럼플 존이라는 개념은 이 원리를 착안해 만들어졌다.

 

예컨대 마주 오던 두대의 차가 정면으로 충돌했다고 가정해 보자. 충돌 즉시 두 차량 모두 완전히 멈춰섰다면, 이들이 가지고 있던 운동량은 고스란히 충격량으로 전환되며 이는 두 차량의 전면부로 전해진다. 이때 전면부가 단단한 구조를 띠고 있어 구겨지지 않고 버틴다면, 그 충격은 충돌 즉시 사람이 타고 있는 객실로 전해지게 된다.

 

 

충격이 전달되는 시간이 짧은 만큼 충격의 크기는 커지게 되고, 이는 객실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충돌 시 차량의 전면부가 잘 찌그러지도록 설계가 됐다면, 객실에 충격이 전달되는 시간은 전면부의 크럼플 존이 찌그러지는 시간 동안으로 늘어나게 된다.(육안으로는 구분이 안될 정도의 차이긴 하지만) 충격량은 동일하지만 충격이 전해지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충격의 크기는 줄어들게 되는 것.

 

 

크럼플존을 도입한 벨라 바레니(1907~1997) 

 

크럼플 존을 처음 도입한 것은 벤츠의 천재 엔지니어 벨라 바레니(1907~1997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디슨보다도 더 많은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1954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인근에서 자동차 충돌 실험을 진행해 크럼플 존의 효과를 입증했다.

 

잘 찌그러져야하는 크럼플 존과 달리 사람이 타고 있는 객실은 잘 버텨야 한다. 이렇게 찌그러지지 않고 버텨야 하는 객실 구조물에는 크럼플 존과 다른 소재와 설계를 적용해 강성을 높인다.

 

 

 

일부 레이싱카는 크럼플 존에 알루미늄이나 카본으로 만들어진 벌집 형태의 구조물을 삽입하기도 하고, 에너지 흡수 소재를 적용하는 운전자 보호를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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